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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7 [08/01/07] 낚인 건지 진짜인지...

[08/01/07] 낚인 건지 진짜인지...

Posted 2008. 1. 7.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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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인가. 아마 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집으로 바로 안 가고 은행 쪽으로 가면서 생긴 일이다. 은행 가는 도중 버스 정류장을 지나는 찰나, 왠 아저씨 하나가 다자고짜 내 손을 잡고 버스정류장 팻말 쪽으로 끌고 가는게 아닌가. 그 아저씨는 옷 입은 꼴은 추레하기 그지없었고, 말도 제대로 못 해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그냥 끌고 가는 거 치고는 힘이 워낙 센지라 어떻게 뿌리치지도 못 하고 버스정류장 팻말까지 끌려갔다. 그러더니 버스정류장 팻말 어딘가를 가리키면서 "여기가 뭐야"라고 묻는 거다. 그래서 "예술의 전당" 등등 여러 정류장을 계속 읽어줬다. 그러다가 한 5~6번쯤 읽어줬을 때일까. "과천 전화국"을 읽어주니까 그걸 메모지에 써달라고 그런다. 그 것도 사실 메모지가 아니라 광고용 전단지 뭉치랑 볼펜을 주면서 그냥 "써줘" 이런 식으로 말했다.
 
 그제서야 이 아저씨가 어딘가를 가려고 하는데 머리가 좀 모자라서 안 되니까 도움을 청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과천전화국을 적어주고 가려고하는데 버스도 잡아달란다. 하.. 뭐 9-3번 버스가 자주 오는 편이니까 알겠다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기가 돈도 없단다. "돈 없어. 돈도" 이러면서 손을 내민다. 이 때부터 점점 내가 낚이고 있는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어찌하리 도망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정말 사연이 있어서 저러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천원짜리 한 장을 주니까. "또 타야대. 한 장 더."이러는 거 아닌가. 하는 수 없이 한 장을 더 줬다. 그 때부터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저씨가 좀 심상치 않아 보였다. 9-3 버스가 거기로 안 온다는 말을 되풀이하길래. 난 여기 오는 거 맞다고 좀만 기다리시라고 아저씨를 달래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렇게 3분 가량 기다렸을까. 마침 9-3버스가 비교적 빨리 왔다. 아저씨한테 저 버스를 타야된다고 말하는데 아저씨가 들은 척도 안 한다. 그래서 버스운전기사 아저씨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아저씨를 설득하면서 끌고 가려고 하니까 다자고짜 안 탄다고 화를 내면서 똥배짱을 부리는게 아닌가. 하. 버스는 당연히 그냥 출발해버렸다.
 
 아... 역시 낚였구나 -_- . 이런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저씨하고 정상적인 대화는 전혀 할 수 없었고. 난 그냥 2천원에 집착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은행으로 갔다. 은행을 나서는 길에 다시 그 버스 정류장 쪽을 보니 아저씨는 계속 정류장에 서 있었다. 그렇게 그 아저씨와 인연이 끝날 줄 알았는데... 어쨌든 집에 갔다가 다른 쪽에 갈 일이 있어서 집을 나섰다. 그 아저씨와 일이 있은지 2시간 가량이 지난 때였다. 아까 갔던 버스정류장과는 반대편이었는데 그 쪽으로 가다보니 그 아저씨가 그 쪽 정류장에 있는게 아닌가. 딱 보아하니 아까랑 또 같은 수법으로 사람을 낚는 듯 했다. 물론 내가 낚는 거까지 기다리면서 지켜본 건 아니지만 거기서 그러는 거 보니 그런 듯 싶었다.

 아니 도대체 이 놈의 서울은 구걸하는 사람 치고 전문 낚시꾼이 아닌 사람이 없으니 원. 들어보면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장님 중에 진짜 장님이 얼마없고, 심지어 바닥을 기어다니면서 구걸하는 사람들은 조직폭력배들이 전문적으로 경영(?)하는 거라고 하니. 말 다했다. 그래서 항상 그런 사람들 보면 피하는 편인데. 차라리 그런 사람들한테 천원씩 주느니 제대로 된 봉사기관에 정기적으로 기부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실제로 내가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건 아니지만. 솎아서 남한테 돈을 주는 건 싫은게 당연하거 아닌가.

 여기서 글이 더 나가다 보면 이런 거지들을 방치하는 정부 탓부터 시작해서 이명박이 당선됐으니 양극화는 더 심해지겠지하는 글까지 갈 거 같으니. 여기서 그만하자.

이건 사실 별 관련 없지만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기사. 좀 안타깝다.
http://beijinga4.tistory.com/entry/中-어느-거지-블로거의-안타까운-사연-1
(한글 주소라 그런지 클릭 해도 창이 안 뜨는 관계로 주소를 복사해서 붙여야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