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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연작3] 무제
  2. 2007.04.23 [연작2] 자살예찬론(v 1.00) 8
  3. 2007.04.23 [연작1]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v 1.00) 5

[연작3] 무제

Posted 2008. 3. 10. 03:41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

 다들 아마 한 번쯤은 상상해보려다가 자신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두려움 속에 지레 겁먹고는 상상 속세계로부터 도망쳐 나왔을 거야. 죽음이란 단어는 정말 무시무시한 단어지. 모든 어둠과 악한 기운을 담고 있기도 해. 하지만 죽음 뒤의 세상이 아무 것도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 곳이야 말로 깨끗한 곳이 아닐까.

 낙서 하나 되어있지 않은 새 도화지를 펼쳐놓은 것과 같은 백색의 세계를 상상해봐 물론 거기에서는 색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 하겠지. 검은색, 회색, 흰색 모두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것이 되는 세계, 그 곳이 바로 죽음 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일 거야. 상상해봐 이런 세계를. 그 곳에서는 어떠한 고통이나 슬픔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아. 그 곳에서는 고통, 슬픔, 행복, 쾌락 모두 그 의미를 잃어버릴 거야. 선악, 명암 그 모두가 무의해. 혹자는 그 공간 위에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내려다볼 거라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데 거기는 위아래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아. 거기서 신도 예외는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려나?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봐.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시키면서 한 번만 더 생각해봐. 그 곳은 지상낙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옥의 구덩이도 아니야. 우린 더 이상 고통 받을 필요도 없어. 그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그 곳으로 빨리 가자 이런 말이 아니야. 그냥 그 곳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자는 거지.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자 이거야.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존재이고, 그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연작2] 자살예찬론(v 1.00)

Posted 2007. 4. 23. 22:19
 자살!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자살"하면 어딘가 신천지가 펼쳐질 것 같지 않은가? "자살"과 함께 새로운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그 것이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백지이지만 "흰 색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고" 칠흑 속이지만 "검은 색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없는" 공간일지라도 말이다.


 "자살" 속에는 황홀한 향기가 베어있다. "자살"은 그 향기를 감추지 못하고 끊임없이 우리의 코를 자극한다. 그리고 어느새 그 향기에 무감각해져 우리는 어느새 "자살"을 잊고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자살"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다. "까짓 거 죽으면 그만이지"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자살"이 우리에게는 언제나 열려있는 자유로운 공간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혹자는 "자살"을 하느님의 섭리상 절대 안 되는 것이고, "자살"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자가 선택하는 마지막 보루라고도 얘기한다. 하지만 그 건 "자살"의 매력을 잘 모르는 자가 하는 말이다. 자살의 매력에 빠져들면 더 이상 자살은 인생 최후의 보루가 아니다. 자살과 함께 펼쳐지는 세상은 언제나 두 손을 벌리고 나를 반겨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건 나의 자유로운 선택이지 누군가의 강요나 인생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 자가 억지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격양된 마음으로 어제도 꿈꾸었고 오늘도 꿈꾸고 내일도 꿈 꿀 것이다. 그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말한다고 내 상황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잠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정은 상황변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잠시동안의 탈출구일 뿐이다. 나의 상황은 변하지 않은 채로 존재하고, 결국 해결책은 내가 노력하는 것 뿐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인가? 그런데도 난 항상 나의 힘든 이야기를 남에게 말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한다. 내가 힘들 때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전화를 하고, 이야기를 하고, 관계를 가지려 함으로써 힘든 감정을 잠시나마 잊어보려고 한다.

 이 건 정말 이기적인 나의 마음이다.

 난 왜 이렇게 이기적인가?

 나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되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너가 할 수 있는 걸 해라. 그게 너를 깊은 수렁으로부터 너 자신을 꺼내줄 유일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