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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5 DECAPITATED and IMPALE 8

DECAPITATED and IMPALE

Posted 2007. 11. 5. 16:06
※혹시나 비위 약한 사람은 읽지 마세용


"서걱."
이런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사과를 자를 때도 어느 정도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칼과 사과 사이의 마찰로 소리가 나기 마련인데 이상하게도 이 건 마치 마가린이 썰리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처음부터 두렵진 않았다. 왜냐면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가 특별히 다른 것같지도 않고. 내가 앞으로 죽는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몸을 움직여야 겠다는 생각도 없이 머리는 하얗게 비워져있었다. 그러다가 점점 고통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하반신이 전혀 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발을 움직이려고 하는 의지는 전달하고 있으나 내 발은 거기에 대해 어떠한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프다는 느낌은 전달되었다. 모든 감각이 뭉뚱그려져서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손이 칼에 베었을 때나 뼈가 부러졌을 때 느끼는 감각하고 비슷했지만 그 어느 것도 지금 느끼는 고통만큼 아프지는 않았다. 누가 내 살을 수천 개의 바늘로 찌르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울고 싶었다. 무서웠다. 내가 지금부터 죽는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죽기 싫었다. 살고 싶었다. 내가 왜 죽어야한단 말인가. 이 상태로 병원에 간다면 누군가 감쪽같이 내 몸을 붙여줄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만 가면 된다. 이러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머리 속이 다시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느꼈던 느낌과 조금 달랐다. 나른하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서 졸릴 때와 비슷하게 정신이 멍해지고 있었다. 어느새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참을 수 없는 잠 속으로 나는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나는 죽었다.

오늘 미기 시간에 갑자기 내 몸이 반으로 잘리는 생각을 했는데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형용할 수 없는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다. 정말 끔직한 일이다. 영화 큐브를 보면 방 안에 들어간 사람의 몸이 대략 몇백등분 되는 장면이 있다. 수백개의 칼이 몸을 지나가면서 몸을 썰어버린 건데 마치 블럭쌓기 하다가 무너지는 것처럼 몸 덩어리가 땅으로 떨어진다. 그 거 보면서 토할 거 같았다. 이런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몸이 반으로 잘리는 건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게 생각난 걸까?


"푹"
아마 이런 소리였을 거다. 사실 이 소리를 글자로 표현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몸이 뚫리면서 나는 소리를 어떻게 묘사하냔 말이다. 원래 강한 고통을 전해주는 강력한 충격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순간 아무런 느낌이 없다. 하지만 이 건 달랐다. 내가 입은 상처만큼 강한 충격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마치 가슴을 전기심장자극기로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이 충격으로 내 몸이 튀어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완전히 마비되어 버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하지만 마비된 몸은 전기가 오르듯이 짜릿짜릿했다. 그리고 그 전율은 점점 강력한 아픔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에 뚫고 나온 말뚝과 내 살 사이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심장과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피는 화산의 용암이 흘러내리듯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를 보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어느새 아픔은 잊어버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나를 엄습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살고 싶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현재만큼 삶에 대해서 강력한 의지를 가진 적이 있을까. 하지만 그러한 공포도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어느새 모든 것은 끝나 버렸다.

DC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다고 하는 Dr.Stein을 봤다. 오랜만에 인터넷에 연재되는 만화치고는 잘 만든 만화였다. 내용이 조금 짧다는게 흠이지만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좋았다. 이 만화에서 보면 Impale형 이라는게 나와서 찾아봤더니 뾰족한 것에 찔려서 죽는 형벌을 뜻하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과거 중세시대에는 교수형이나 말에 사지를 묶은뒤 몸을 네 갈래로 찢어서 죽이는 형벌과 같은 잔인한 형벌이 난무했다. 마녀사냥은 살아있는 사람을 기둥에 묶어놓고 통채로 태워죽이지 않았던가. 이 사람들은 정말 엄청난 고통 속에 죽었을 거다. 하긴 시대가 바뀌어서 그 형태만 바뀌었지 사람들의 폭력성은 여전히 내재되어있다. 시대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개개인의 폭력을 절대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같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거지. 만약에 과거와 같은 상황이 돌아온다면 사람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괴물같은 존재다.


그나저나 느껴보지 못한 걸 표현한다는 건 참 힘든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