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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0 [연작3] 무제

[연작3] 무제

Posted 2008. 3. 10. 03:41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

 다들 아마 한 번쯤은 상상해보려다가 자신이 영원히 사라진다는 두려움 속에 지레 겁먹고는 상상 속세계로부터 도망쳐 나왔을 거야. 죽음이란 단어는 정말 무시무시한 단어지. 모든 어둠과 악한 기운을 담고 있기도 해. 하지만 죽음 뒤의 세상이 아무 것도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히려 그 곳이야 말로 깨끗한 곳이 아닐까.

 낙서 하나 되어있지 않은 새 도화지를 펼쳐놓은 것과 같은 백색의 세계를 상상해봐 물론 거기에서는 색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 하겠지. 검은색, 회색, 흰색 모두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것이 되는 세계, 그 곳이 바로 죽음 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일 거야. 상상해봐 이런 세계를. 그 곳에서는 어떠한 고통이나 슬픔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아. 그 곳에서는 고통, 슬픔, 행복, 쾌락 모두 그 의미를 잃어버릴 거야. 선악, 명암 그 모두가 무의해. 혹자는 그 공간 위에서 전지전능한 존재가 우리를 내려다볼 거라 생각할지도 몰라. 그런데 거기는 위아래도 없을 뿐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아. 거기서 신도 예외는 아니지.

 이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지려나?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봐.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시키면서 한 번만 더 생각해봐. 그 곳은 지상낙원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옥의 구덩이도 아니야. 우린 더 이상 고통 받을 필요도 없어. 그저 존재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그 곳으로 빨리 가자 이런 말이 아니야. 그냥 그 곳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자는 거지.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자 이거야. 우리는 언젠가는 죽을 존재이고, 그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