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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02 웃음의 대학 4
  2. 2007.11.11 멜로드라마 6

웃음의 대학

Posted 2008. 11. 2. 23:19







 황정민이란 배우를 처음 눈여겨 보게 된 건 '달콤한 인생'부터였다. 달콤한 인생에서 악당 연기를 하던 황정민의 비열한 웃음은 달콤한 인생을 다시 볼 때마다 짜릿짜릿할 정도로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 뒤로 황정민은 영화 '너는 내운명'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고, 현재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배우 중 하나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그걸 믿고 지난 번 뮤지컬 '나인'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솔직히 결과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황정민은 '배우'일 뿐 '뮤지컬 배우'는 아니였다. 뮤지컬 특유의 흥을 돋구는 춤과 노래를 그는 충분하게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 것 말고도 하나 더 마음에 안 드는게 있었는데 그의 연기내용이 영화 '너는 내운명'에서 나왔던 그 특유의 모자란(연기가 모자라다는 것이 아니라 바보같은 연기)연기 딱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물론 연기력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니라 연기가 진부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번 공연 '웃음의 대학'은 그의 연극 무대이기 때문에 기대가 많이 됐다. 사실 그는 영화에 데뷔하기 전, 연극무대에서 실력을 쌓아온 배우였기에 더 그랬다. 그런데 막상 무대를 보게 되니 황정민보다는 같이 연기를 한 송영창의 연기가 더 빛을 발했다. 사실 황정민의 역할 자체는 무난한 역할이다. 하지만 송영창의 역할은 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사실상 이 연극이 재미있고 말고의 여부는 송영창의 연기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웃음보는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송영창은 그 연기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고, 정말 재미있는 연극을 만들어냈다.(송영창을 모르는 사람이 많을텐데, 사실 나도 그랬지만, 예전에는 TV에 많이 나오다가 원조교제로 인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한동안 거의 연기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보는 내내 계속 웃었다. 처음에는 이질감이 들어서 사람들이 다 웃는데도 잘 안 웃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도저히 안 웃을 수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천황 폐하 만세' 부분, 정말 작가의 센스가 200% 발휘되는 부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 '천황 폐하 만세'를 집어넣어야하는데, 그 걸 어디에 집어넣었냐하면... 연극을 직접 보시라.ㅋㅋㅋ 오랜만에 정말 실컷 웃을 수 있는 연극을 보았다. 정말 연극에서 나오는 말마냥 웃음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한 번 크게 웃고나면 좀 더 밝은 내일을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멜로드라마

Posted 2007. 11. 11. 21:21

우선 평가는 Good
오늘 멜로드라마를 보고 왔다. 전체적으로는 연극 클로저랑 비슷한 느낌이지만 클로저보다는 조금 덜 탄탄한 느낌을 주는 작품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무척 느슨하다거나 억지스럽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조금 어색한 느낌을 주는 장면이나 과도한 감정표현을 하는 장면이 있어서 내가 반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 한 거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재미와 내용을 모두 적절히 담고 있어서 전체적인 평가는 우선 Goo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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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작,연출 작품
 장유정하면 누군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김종욱 찾기'와 '오 당신이 잠든 사이'를 연출한 사람이라고 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김종욱 찾기'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시기를 놓쳐버려서 좀 아쉬웠다. 그런데 이 분이 이 번에 멜로드라마를 연출한다고 하셔서 보고 싶다고 생각해오던 작품이다. 그리고 연극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장영남분도 나온다고 해서 더더욱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 볼 때는 장영남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도 앵콜 연장 공연으로 들어가면서 아예 빠져버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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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조금 아쉽다.


사랑이 의무가 될 수 있을까?
 연극의 스토리는 조금 "뻔"하다. 결혼은 했지만 사랑이 없는 부부사이에 남매가 끼어들어서 누나는 남편을 남동생은 부인을 사랑한다. 그리고 이렇게 어긋나버린 사랑이 낳는 결과를 그리고 있다. 이는 드라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렇게 속이 다 들여다보이는 스토리를 가지고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여기에 대해 나는 연극이 끝날 때 즈음 부부관계가 완전히 틀어져버린 상황에서 남편이 부인에게 묻는 한 마디에서 답을 찾았다.
'사랑이 의무가 될 수 있는 걸까?'
 사실 이 얘기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말하지 않는 얘기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시작하는 부부관계가 시간이 지나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랑은 사라지고 그저 가족관계로 바뀌어버린다. 마치 피가 섞인 사이처럼 말이다. 서로가 너무나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처음 느꼈던 감정은 점점 사라진다. 원래 남녀는 사랑으로 사는 것인데 이 사랑이 없어지면 그 남녀는 헤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닐까?  하지만 이 사회는 그러한 결정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는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부부는 의무감으로 사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구조를 남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서 질문을 던진 것이다.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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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왼쪽에 있는 분이 정말 연기를 잘 했다. 정신 지체아를 거의 완벽히 연기했음.


하지만 재미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작,연출가는 딱딱하게 풀어놓지 않는다. 요즘 연극은 재미가 없으면 즉, 웃기지 않으면 사람들이 지루해하게 되고 이는 흥행실패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서 연극에 유머는 필수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세태가 왜곡되어버리면서 알맹이는 없고 유머로만 포장되어버린 작품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작품을 보고 나면 정말 엄청나게 웃다 오는데 막상 작품이 끝나고 나면 그런데 내가 뭘 본거지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멜로드라마는 정말 재미있다. 끝나기 30분 전 스토리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하는 때 이후를 제외하면 거의 계속 웃는다. 특히 이러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은 바로 남편을 사랑하는 누나이다. 이 누나는 어렸을 때 사고를 당한 뒤 지능지수가 좀 모자란 상태로 살게된 인물이다. 그래서 하는 행동이 꾸밈없고 꼭 애들같아서 관객들이 계속 폭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그 밖에도 남편 역시 유머러스한 케릭터다. 목소리가 완전 최성국 닮았는데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가 뭔가 진지한 상황에서는 최성국 목소리로 말해서 엄청 웃었다.ㅎㅎ 하지만 이렇게 웃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연극 내용에 빠져들게 되고 이렇게 관객이 작품과 하나가 됐을 때 이 연극의 주제가 등장한다. 이런 자연스러운 구도를 통해 관객은 주제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정말 내용과 웃음 모두가 잘 어우러진 작품을 본 거 같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은 인물설정이 뭔가 극단적이라는 점이 잘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 당연한 요소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큰 단점은 되지 않는다. 김종욱 찾기도 올해 말에 다시 한다는데 이 분이 다시 연출을 맡는다면 꼭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