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포트리스2 리뷰

Posted 2007. 11. 23. 17:19
우선 하고 싶은 말은...
1. 이 건 게임이 아니다.
2. 아마 올해의 게임을 자체적으로 뽑는다면 앞으로 무슨 게임이 나오는지에 상관없이 무조건 팀포트리스2를 뽑을 것이다.
3. 동영상만 봐도 이 게임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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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불쌍한 스나이퍼 ㅠ.ㅠ. 하긴 이 맛에 스파이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전의 그 설레임을 기억하는가
 보통 대작이라는 게임은 개봉 전부터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지기 마련이다. 필자가 중학교 1학년 때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를 고대하던 때가 있다. 스타크래프트는 이미 게임이 나오기 전부터 워크래프트2를 이을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가 따라다니고 있었다. 나도 당연히 그 걸 믿었고, 스타가 나오기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게임 트레일러가 돌기는 커녕 통신망이라고는 하이텔, 유니텔 같은 게 전부였다. 그나마 나는 통신을 통해서 정보를 얻지도 못 했기 때문에 유일하게 게임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게임잡지가 전부였다. 그런데 딱 게임 관련 스크린샷을 보고, 종족에 관한 설명을 읽는 순간 정말 알 수 없는 희열이 느껴졌다. 그 당시 그 정도 그래픽이면 엄청난 것이었고, 무엇보다 전략시뮬레이션에서는 두 종족 밸런스 맞추기도 힘든데 세 종족으로 밸런스를 맞춰서 나온다는게 너무나 신기했다. 또, 테란의 건물 들기나 클록킹같은 개념은 너무나 신선했고, 나중에 확장팩이 나오면서 새로 등장한 러커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같은 유닛이었다.

그 설레임과 더불어 엄청난 포스가 느껴지는 팀포2
 팀포리스2(이하 팀포2)를 보는 순간 딱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트레일러만 봐도 딱 알 수 있었다. 감각적인 동영상 안에 묻어있는 게임의 아우라는 내 온 몸에 전율이 돌게 했다. 군가같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여유있게 기다리는 엔지니어의 표정, 잽싸게 방을 나가는 스카우트, 근엄한 표정으로 기지 한가운데서 머신건을 쏘는 헤비, 헤드샷 한 방으로 헤비를 날려버리는 스나이퍼, 스나이퍼 뒤에서 귀신처럼 나타나 현란하게 칼장난을 치며 한 방에 스나이퍼를 없애버리는 스파이 등등. 정말 게임 동영상을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단 말이냐!(나중에 게임을 하면서 안 거지만 그 동영상의 배경이 된 맵은 모든 케릭터의 특징을 다 살릴 수 있는 최고의 맵이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FPS 게임들은 기껏해야 두가지 직업밖에 없다. 하지만 팀포트리스2에는 9가지 직업이 존재하고 정말 신기하게도 9가지 직업의 밸런스가 거의 완벽하게 잘 이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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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스샷이지만 이 스샷이야말로 팀포2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감각적인 게임 구성
 게임 내 케릭터별 특성은 아마 많은 곳에서 보았을 것이고, 또 맘만 먹으면 볼 수 있으므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마 대신에 이 게임의 전반적인 느낌을 설명하려 한다. 처음 이 게임을 하면서 느꼈던 건 죽을 때 너무 즐겁다(?)는 것이었다. 보통 FPS 게임에서 죽으면 바로 대기 화면으로 이동하면서 부활을 기다린다. 팀포2에는 이와 비슷하게 다음 부활을 기다리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 그 것은 자기를 죽인 적군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 멋있는데 내가 죽으면서 갑자기 카메라가 적 케릭터로 줌인 된다. 그와 동시에 케릭터는 보통 그 특유의 썩소(특히 데모맨의 썩소가 최고다.) 또는 여유있는 표정(스나이퍼는 그저 무덤덤하게 있다.)을 짓는데 그 장면이 거의 대부분 오늘의 포토제닉이 될 수 있을만큼 재미있다.(실제로 F5키를 누르면 그 화면이 캡쳐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가운데 화면에 나의 최고기록을 보여주는데 거기에 붙어있는 수식어가 또한 재미있다.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당신의 킬수는 역대 최고입니다." 죽었으니까 좀 슬프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웠으니 좋게 볼 수도 있다. 이런 뜻일거다. 요런 멘트 하나도 세세히 신경 쓴 밸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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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근데 1명 죽인게 최고기록이라니 -_-;



세세한 곳까지 신경쓴 밸브의 정성을 느껴보자
 이런 것 외에도 밸브의 세세함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다. 게임을 하다보면 메딕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영문키 e를 누르면 자동으로 메딕~하면서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다른 모든 케릭터는 메딕~ 또는 닥터~ 등으로 부르는데 파이로는 우우~하는 소리로 부르는 거다. 처음에는 이게 왜 이러지 얘는 말을 못하나 하고 생각했는데 파이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니 이해가 됐다. 파이로는 화염방사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전신마스크를 쓰고 있고 이 마스크로 얼굴이 둘러싸여있다보니 말하는게 그렇게밖에 안 들렸던 것이다.

그래픽만으로 이 게임의 매력은 배가 된다
 그래픽에 대해서도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원래 필자는 xiii같은 게임의 그래픽을 좋아한다. 일명 카툰 랜더링이라고 하는 이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게임을 보면 필자는 무조건 게임부터 하고 본다. 팀포트리스2는 비록 카툰렌더링이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질감을 보여주는 그래픽 수준을 보여준다. 처음 게임 동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실제로 미국 내에서 팀포2를 이용해 IGNIS SOLUS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동영상 내에 등장하는 모든 화면은 게임 내의 실제 화면이다.) 모든 케릭터가 자신들의 특성을 단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디자인 되었다. 게임을 안 해본 사람이라도 케릭터 생긴 거만 보면 케릭터의 특성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화같은 그래픽인데 죽는 모습은 매우 사실적이다. 케릭터가 죽을 때 사지가 분리되는 모습은 정말 잔인하다. 심지어 목이 떨어져서 바닥에 뒹굴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모습의 그래픽은 어색하기는 커녕 오히려 게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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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로를 주제로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 게임을 안다면. 정말 재미있다.



누구나 손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게임 시스템
 그래픽과 더불어 또 한가지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게임에 적응하는데 걸린 시간이다. 이 게임에는 특별한 튜토리얼 미션이 없다. 그냥 게임 내 들어가서 게임에 적응해라 뭐 이런 건데(물론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사실 튜토리얼 문서가 있다.)정말 가서 적응해도 충분하다. 그냥 케릭터 중 자신의 마음에 드는 케릭터 하나 골라서 팀에 조금 폐를 끼치면서 뻘짓하다 보면 금방 게임의 목표를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맵의 구조 등에 적응하는 시간이나 특유의 FPS 실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헤비나 닥터 같은 케릭터를 플레이하면 그다지 엄청난 실력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각 케릭터의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되는지 궁금하다면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보면 된다. 물론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FPS게임들은 훨씬 더 적응하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FPS는 전적으로 게이머의 FPS실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자신이 FPS를 잘 못 하는 유저라면 조금 하다가 재미 없어서 그만두고 마는데 팀포2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한 보통 직업이 몇 개 없는 FPS에서는 적응이 쉬운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직업이 9개나 되는 게임의 적응이 쉽다는 것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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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딕과 헤비의 조합은 말 그대로 "찰떡궁합"


정말 재미있어서 손을 놓을 수 없다!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게임의 중독요소에 의해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 두번째는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게임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경우다. 솔직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대부분의 국내 인기 온라인 게임들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가깝다. 그리고 사실 최근에 재미있게 한 퍼즐퀘스트도 처음에는 후자인 줄 알았으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전자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팀포2는 무조건 후자이다. 팀포2는 정말 재미있어서 그만 둘 수가 없다. 이러한 게임을 보았을 때 우리는 "대작이구나!"라고 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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