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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벌써 두어달 된 거 같은데 아직도 그 때 본 느낌이 생생하다. 원래 이 영화 평이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도 본 적이 있어서 한 번 봐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가 뒤늦게 봤는데 정말 영화를 보는 두 시간동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영화만 봤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도대체 왜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특히 토미 리 존스가 하는 얘기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서 영화 자체가 너무 어렵다 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설사 영화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다고 해도 그냥 스토리 따라가는 것만해도 숨막히게 재미있다. 특히 안톤 쉬거의 연기는 정말 악당이란 어떠한 존재인지 극명히 보여주는데 그가 나타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특히 그가 사람을 죽이는 타이밍과 방법은 완전히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어쩜 그렇게 태연한 얼굴로 살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안톤 쉬거가 예전에 "씨 인사이드"라는 영화에 나온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두 인물이 동일인물이라는 건 상상조차 못 했다. 마치 지킬 앤 하이드 처럼 "씨인사이드"에서는 순박해 보이던 그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서는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타날 거라는게 상상이 될리가 있나. 여튼 그의 연기는 정말 속된 말로 "쩐다 쩔어". 나중에 그가 인터뷰하는 장면을 찾아보면서 평소에는 차분하고 착해보이는 그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특히 텍사스 복판에 있는 상점에서 주인을 상대로 생명을 담보해 동전 내기를 강제로 하게 만드는 5분여간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정말 죽음의 공포란 무엇인가, 단순히 적의 권총이 주인공의 머리를 겨누고 있는 장면이나 곧 터질 폭탄 앞에서 올바른 선을 잘라야하는 장면은 무서운 게 아니다. 우리는 사실 그 장면의 결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눈 앞에 있는 사람이 곧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를 전혀 판단할 수 없는 장면에서 그 열쇠를 악당이 쥐고 있는 장면이야말로 정말 두려움 그 자체였다.

영화는 화려해야하고 요란하며 스펙터클해야한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는 사람한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흔하디 흔한 영화를 보는게 이제 질려버렸다면 그리고 뭔가 새로운 영화를 찾는다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최선의 선택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