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운명

Posted 2008. 10. 10. 00:33


 음. 사실 이 건 드라마 중에 일명 "말 같지도 않은 드라마"라고 불리지만 "시청률은 대략 상위권"인 아이러니한 드라마 중 하나인데. 드라마 다 그렇듯이. 한 번 보기 시작하니까 그냥 가끔 시간날 때 보고 있다. 보고 있으면 주인공에 역할을 하는 연기자들이 대부분 신인인데. 그래서 그런건지... 가 아니지.. 이건 뭐 연기를 할 줄 아는 애들을 데려와야지. 연기력은 거의 요즘 발연기로 유명하신 발연희와 자웅을 겨룰 정도다. 하긴 그래도 요즘 많이 좋아져서(아니면 내가 무뎌져서 이제 연기력 같은 건 거의 보이지도 않는 건지) 그나마 괜찮은데. 처음에는 ... 이게 지금 책을 읽는 건지 대사를 하는 건지 구별이 안 돼서 보는 내가 막 부끄러워지고 그랬다.

 주인공 케릭터는 바로 "윤아", "박재정" , "공현주" 인데.. 윤아는 다 알테고 박재정은 신인 연기자이고 공현주는 한예슬 한지혜 등과 슈퍼모델 동기 출신인데, 아무래도 한예슬처럼 애교가 쩌는 것도 아니고 한지예처럼 귀여우면서도 편하게 생긴 타입도 아니라 늦게 뜨고 있는 것 같다. 암튼 결국은 이 세 명의 연기가 좀 심각하다는 거. 사실 여기에 "이지훈"도 나오고 있어서 이지훈 연기는?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지훈의 연기는 정말 발군이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여기서만큼은 정말 케릭터를 잘 살려서 사실상 드라마의 견인차가 되는 조연급의 베테랑 연기자들과 같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난 사실 드라마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본게 많지 않아서 딱히 비교하기 힘들지만 너는 내운명이 내가 비교적 최근에 본 "달콤한 나의 도시"나 "워킹맘"처럼 개성있게 잘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니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주의깊게 볼만한 설정이 하나 있다. 그건 주인공 새벽이(윤아)가 현재 살고 있는 집에 입양이 됐다는 점이다. 입양이라는 소재가 뭐 그리 특이한 거냐 싶겠지만, 사실 새벽이는 어렸을 적에 입양된게 아니라 다 커서(약 21살정도?) 입양 된 것이다.(사실 극중에 입양이 된다.) 새벽이가 입양된 고리가 된 사람은 원래 그 집에 살고 있던 "나영"이다. 나영이는 원래 그 집 딸이었는데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고아로 힘들게 살다가 각막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던 새벽이가 나영이의 각막을 이식받게 되면서 그 집과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나영이의 엄마(정애리)는 새벽이를 안쓰러워 하면서 점점 새벽이에게 마음을 주게 되고 나머지 가족들도 새벽이를 아끼게 되면서 모두 새벽이의 입양에 찬성하게 된다. 요즘은 새벽이가 예전 나영이의 사고에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 번의 풍파가 지나갔는데 처음에 너무나 충격을 받았던 나영이의 엄마, 즉 새벽이의 엄마는 새벽이를 제대로 쳐다도 못 보지만 그 로 인해 새벽이가 집을 나가게 되고 자신이 받아들였던 딸이 자신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울면서 다시 새벽이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렇게 데려온 새벽이를 바라보며 "넌 내 가슴으로 낳은 딸인데..."라고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 부분이 참 맘에 와 닿았다. 스토리는 거의 막장 수준에 신인 연기자의 학예회 표 연기를 보면서 '내가 왜 이 걸 보는 걸까'라고 항상 자조하곤 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그래도 이런 부분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으로 낳지 않았지만 마음으로 자식을 낳았다고 말하는(사실 작가의 표현이겠지만) 정애리의 그 표현(그 때 대사를 말하는 정애리의 어조도 참 좋았다.) 참 좋지 않은가? 너무 신데렐라 스토리에 집착하지 말고, 뒤늦게 입양한 딸과 그 가족들이 새로운 식구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지켜보면서 드라마를 보면 이 드라마도 꽤 괜찮은 구석이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