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0일 기초교육원에서 관악초청강연이 있었다. 강연회의 주인공은 바로 "이순재"아저씨. 사실 예전에 보러간 "라이프 인 더 씨어터"에서 본 적이 있어서 딱히 얼굴구경하려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냥 강연회 제목에 끌렸달까, "라이프 인 더 씨어터"에서도 연기에 관한 자기의 주관적인 생각이 있는 듯한 얘기를 하셔서 좀 더 얘기를 들어보고싶었다.

처음에는 약력 소개다 뭐다 하면서 거의 이순재의 배경설명만 해대길래 괜히 왔나 싶었다. 근데 30분정도 지나면서 연기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잔뜩 토로해내셨다. 특히 현재 한류문화는 일시적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재미 본 사람은 배용준 하나라면서 사실상 우리가 진정한 한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좀 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지금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부분 오로지 "시청률"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상업적인 작품만 나올 뿐 제대로 된 드라마가 나오기 힘들다, 사전제작과 같은 방식을 취해서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드는 것만이 지속적인 한류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다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흠. 사실 나도 한류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 과연 다른 나라를 매료시킬만큼 문화컨텐츠가 강한가에 대해서 항상 의문이었다. 음악이든지 영화든지 드라마든지 정말 작품성 있고 잘 만들어진 것은 사람들이 괄시하면서 오로지 가볍게 즐길 수 있고 보기 좋은 것에만 열광하는 그런 나라에서 한류를 만들어간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이 외에도 현재 연기자들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몇가지 집어서 말씀하셨는데 연기자들이 한 번 미니시리즈같은 곳에서 뜨면 감정표현도 제대로 못 하는데 1회에 몇천만원씩 받아가는 것과 발음체계가 무너져버려서 장음과 단음이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정확한 의사전달이 안 되는 문제같은 것에 대해서도 꽤 오랬동안 말씀하셨다. 사실 우리도 중고등학교 때 "눈:" 과 "눈-" 에 대해서 배웠지만 현재 그걸 적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게 사실이다. 그냥 다 단음으로 눈이라고 하지 누가 장음으로 누운~하고 발음하냔 말이다. 그런데 사실 평소에는 상관없을지 몰라도 정확한 뜻을 전해야하는 연기자로써 이런 장단음 구별은 필요하다는게 수긍이 갔다. 사실 처음에 연기자들 발음이 엉망이라길래 그냥 단순히 정확한 발음을 하지 못하는 연기자들이 많다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장단음 얘기를 하시길래 좀 놀라면서 얘기를 들었다.

원래 강연 시간은 3시간 남짓이었는데 2시간 정도만 듣고 나왔다. 다음날 숙제가 있어서ㅠ. 연기도 오래하면 자기 철학이 확고히 쌓이는 것 같다. 특히 이순재아저씨같은 경우는 철학과를 나오셔서 더 그런걸지도... 그날 좋은 얘기, 깊은 생각 들을 수 있어서 좋은 하루였다.